Youtube 캡처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무인택시 안을 치외법권처럼 여기며 술을 마시고 행인들을 향해 물구슬 총을 난사한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인공지능(AI) 관제 시스템과 경찰의 공조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운행 중인 로보택시를 원격으로 정차시킨 뒤 경찰에 인계하는 방식이 실제 범죄 대응에 활용되면서, 자율주행 시대의 공공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AP통신과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웨이모(Waymo)의 자율주행 차량 안에서 음주를 하고 흡수성 폴리머 물구슬(오비즈) 총을 발사한 15세 청소년 2명이 현장에서 연행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무인택시를 이용해 시내를 이동하면서 차량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행인과 차량을 향해 물구슬 총을 여러 차례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차량 내부에서는 미성년자의 음주도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청소년들이 운전자가 없는 차량 안에서 웃고 떠들며 창문 밖으로 총을 겨누는 모습이 담겼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웨이모 측과 공조에 나섰다.
웨이모는 차량 내부 센서와 비상 대응 시스템을 통해 이상 상황을 확인한 뒤 원격으로 차량 운행 경로를 변경했다. 차량은 인근 주차장으로 이동해 안전하게 정차했고, 이미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체포했다.
샌머테이오 경찰의 재닌 루나 대변인은 "차량은 원격 지원을 통해 안전한 장소에 정차했으며 경찰이 즉시 접근해 용의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문이 외부에서 강제로 잠긴 것은 아니며, 탑승자들은 언제든 스스로 하차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체포 과정에서는 차량에 설치된 음성통신 시스템을 통해 경찰과 웨이모 관제센터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자율주행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범죄 대응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일부 시민들은 민간 기업이 차량 내부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차량을 사실상 경찰에 인계한 것은 승객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에서는 "로보택시가 이동식 감옥이 되는 것 아니냐", "기업이 언제든 승객을 감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공공 안전을 위해서는 긴급 상황에서 원격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웨이모의 대응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웨이모는 공식 안내를 통해 차량 내부 카메라는 차량 훼손 여부 확인, 분실물 확인, 긴급 상황 대응 등을 위한 용도로 설치돼 있으며, 고객 지원팀이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는 것은 응급 상황 등 제한된 경우에만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승객 식별이나 상시 감시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율주행 차량을 범죄에 이용하려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동복 전문 매장을 턴 절도범이 도주 수단으로 웨이모 차량을 호출했다가 경찰에 붙잡혔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운전자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차량 내부를 훼손하거나 무질서를 일으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될수록 AI 관제 시스템과 경찰의 협력이 범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의 감시 권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각국도 향후 자율주행 택시와 무인 물류 차량 도입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이번 사건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새로운 과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 안전을 강화하는 기술이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