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와인과 유제품, 자동차 관련 제품을 비롯한 광범위한 수입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다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려 100여년 전에 제정된 뒤 실제 관세 부과에 사용된 전례가 없는 미국 관세법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어, 향후 법원 소송과 캐나다의 보복관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캐나다 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미국 소비자 가격과 북미 공급망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자영업자와 수출입업체, 운송업계, 식당·주류업계, 가구와 건축자재 관련 사업체도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의 통상법 조항을 근거로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을 차별적으로 취급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피해를 줬다며 이번 조치를 보복관세 성격으로 규정했다.
공개된 백악관 포고령에는 캐나다의 미국산 주류와 자동차, 유제품 관련 정책이 미국 상거래를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각각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유로 캐나다산 관련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대상에는 주류와 유제품뿐 아니라 하키 장비 등 다양한 소비재와 제조업 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에너지 제품과 칼륨비료, 수산물, 일부 핵심광물 등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반면 와인과 치즈 등 유제품, 자동차 관련 품목과 여러 소비재에는 50%의 높은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세는 발표 즉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가 막판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지만,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커 실제 타협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각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됐고, 대공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 때문에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사문화됐던 법률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단순한 품목별 관세를 넘어 대통령의 통상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특히 기존 관세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제338조를 실제로 사용한 첫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산 자동차 22%, 주류 81% 감소”…백악관, 캐나다 책임론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을 부당하게 차별해 이번 관세를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백악관은 캐나다가 자동차와 유제품, 주류시장에서 미국 상품에 불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1년 동안 캐나다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약 22%, 미국산 주류 수입은 약 81% 감소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국산 유제품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공급관리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온타리오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한 이후 미국산 주류 판매를 제한하거나 정부 운영 주류 매장에서 철수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며 미국 기업과 농민, 자동차업계 종사자에게 불공정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캐나다 측은 미국이 먼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의 대응은 이에 맞선 합법적인 보복조치라는 입장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시행했다가 일부를 철회했지만,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등 일부 품목에는 관세를 유지해 왔다. 양국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무역갈등은 해결보다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관세 조치의 진짜 목적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 즉 USMCA 재검토 협상에서 캐나다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2020년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를 대체해 발효됐다. 협정은 6년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검토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 나라가 연장에 합의하면 협정의 유효기간은 다시 16년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한 국가라도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후 매년 재검토가 이뤄지며, 합의가 계속 실패할 경우 협정 만료 가능성까지 커진다.
캐나다는 협정을 16년 연장하자고 미국과 멕시코에 제안했지만, 미국은 즉각적인 장기 연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동차와 유제품, 에너지, 원산지 규정 등에 대한 추가 양보를 요구해 왔다.
미국과 멕시코는 무역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공식 협상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태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멕시코가 USMCA 관련 회담을 재개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 협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50%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수출기업들이 당장 시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캐나다가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경우 자국 농업과 자동차산업, 주류 유통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마크 카니 정부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니 “협정 위반”…캐나다도 보복카드 만지작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관세가 USMCA에 대한 직접적인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캐나다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추가 보복관세나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조달 제한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온타리오주 등 주요 산업지역에서는 미국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 가운데 하나이며, 두 나라의 자동차와 철강, 에너지 공급망은 사실상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한 제품이 완성되기 전 부품이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산 부품과 원료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생산비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AP통신은 이번 관세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내 소비자 물가와 기업 비용을 높이고, 북미 금융시장과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와인·가구·종이 가격 오르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캐나다 기업이다. 미국 수입업자가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가격을 유지하려면 캐나다 생산업체가 수출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판매가격이 급등해 소비자들이 미국산이나 다른 국가 제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산 와인은 미국 시장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과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 50% 관세가 붙으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키 스틱과 보호장비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스포츠용품도 타격 대상이다. 가구와 종이, 건축자재 등은 북미 공급망을 통해 대량 거래되는 품목이어서 관세 충격이 유통업체와 건설업계까지 번질 수 있다.
캐나다 기업이 미국 수출 감소분을 국내시장에 풀 경우 단기적으로 캐나다 내 제품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출 감소가 장기화하면 공장 감산과 직원 해고, 신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캐나다 소비자 역시 고용불안과 경기둔화라는 형태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캐나다 한인사회, 식당부터 운송·부동산까지 ‘연쇄 충격’
이번 관세는 캐나다 한인사회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영향은 광범위할 수 있다. 먼저 한인 수출입업체와 물류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메트로밴쿠버에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식품과 주류, 가구, 생활용품, 건축자재를 유통하는 한인 업체가 적지 않다. 이들 업체가 캐나다산 제품을 미국에 공급하거나 미국산 원료와 부품을 캐나다로 들여오는 경우 관세와 통관 비용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미국 거래업체가 주문을 줄이거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한인 수출업체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한인 식당과 주류업계다. 캐나다산 와인과 유제품, 가공식품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면 캐나다 내 공급량이 늘어나 단기적으로 일부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와 식품에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맥주와 와인, 치즈, 육류, 가공식품 가격은 다시 오를 수 있다. 미국산 식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한인 식당과 제과점, 카페는 원가 상승을 메뉴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가구와 건축·부동산업계다. 캐나다산 가구와 목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면 국내 재고가 늘 수 있지만, 공장 감산과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관련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 또 캐나다가 미국산 건축자재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주택 건설과 리노베이션 비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네 번째는 환율이다.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캐나다 경기 전망이 악화하면 캐나다달러가 미국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캐나다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여행과 유학, 온라인 구매, 미국산 장비와 원료 수입 비용이 모두 상승한다.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한인 가정이나 미국에서 사업비를 지출하는 업체에는 환율 부담이 더욱 커진다.
다섯 번째는 고용이다. 캐나다의 수출기업과 제조업체가 감산에 들어가면 직접 고용뿐 아니라 운송과 창고, 회계, 법률, 광고, 식당 등 주변 서비스업까지 영향을 받는다.
산불 연기까지 관세 명분으로 등장
이번 관세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캐나다 산불 문제도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가 산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연기가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미국이 피해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공개 발언을 통해 캐나다가 산불 연기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연기는 국경을 넘어 미국 북부와 중서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산불은 기후와 기상조건, 낙뢰, 산림관리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무역관세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배상을 관세 부과의 공식 근거로 삼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법원에서 살아남을까…“검증되지 않은 권한”
이번 관세가 실제로 30일 뒤 시행되더라도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 수입업체와 산업단체들은 관세 시행으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을 경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1930년 관세법 제338조가 대통령에게 이처럼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부여하는지, 캐나다의 정책이 법률상 ‘차별’에 해당하는지다. 이 조항은 실제 적용 전례가 거의 없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도 불확실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100년 가까이 사용되지 않은 조항을 근거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의회의 통상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특정 캐나다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면 관련 품목에 한정해야 하는데, 광범위한 소비재에 일괄적으로 50%를 부과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반면 백악관은 의회가 법률을 통해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최대 50%의 관세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관세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분쟁뿐 아니라 대통령이 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 어디까지 관세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관세는 캐나다가 아닌 미국 소비자가 먼저 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캐나다가 미국에 내는 돈처럼 설명하지만, 실제로 미국 세관에 관세를 납부하는 주체는 미국 수입업체다. 수입업체는 추가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거나 캐나다 공급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미국 내 대체상품이 충분하지 않은 품목에서는 관세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체상품이 많은 품목에서는 캐나다 업체가 미국 시장을 잃고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 결국 미국 소비자는 가격 상승을, 캐나다 근로자는 일자리 감소를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30일 협상이 마지막 출구
미국이 설정한 30일의 유예기간은 사실상 캐나다에 주어진 협상 시한으로 해석된다.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보복관세를 철회하면 미국이 관세를 낮추거나 유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캐나다가 압박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국내 정치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공급관리제도는 캐나다 낙농업계와 퀘벡주 정치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미국산 유제품에 시장을 더 개방할 경우 캐나다 농민들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된다.
자동차 분야 역시 온타리오주 일자리와 직결돼 있어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캐나다가 보복관세로 맞서면 무역전쟁은 와인과 치즈,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와 핵심광물, 정부조달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과 가장 밀접한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의 무역관계는 이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대통령의 관세 발표 한마디에 흔들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법을 깨운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카드가 캐나다의 양보를 끌어낼 협상용 압박으로 끝날지, 아니면 북미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관세전쟁의 신호탄이 될지는 앞으로 30일간의 협상에 달렸다.
캐나다 한인사회 역시 이번 사태를 단순한 미국·캐나다 간 정치싸움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수출과 물류, 식당, 건설, 부동산, 환율, 고용이 서로 연결된 캐나다 경제에서 50% 관세의 충격은 결국 한인 가정의 장바구니와 사업장, 일자리까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