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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Lake America’가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인 발길 끊기자 美 국경도시들 “이러다 영원히 잃을라”

 

FACEBOOK캡처

 

트럼프, 온타리오호 ‘Lake America’로 개명…미·캐나다 갈등 또 격화
뉴욕 북부 관광업계 “캐나다인 소비 57% 감소”…국경도시 직격탄
트럼프 지지했던 주민도 “후회한다”…공화당 의원도 “오랜 경제교류 지켜야”
관세전쟁 넘어 관광·쇼핑·이웃관계까지 흔들…“상처 장기화될까 두렵다”

 

 

“우리는 일 년 내내 호수 위로 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습니다. 온타리오호 말입니다. 헷갈리지 않게 분명히 해두죠.” 미국 뉴욕주 북부의 작은 마을 새킷츠하버(Sackets Harbor)의 알렉스 모르지아 시장이 호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온타리오호(Lake Ontario)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Lake America’로 바꾸도록 지시했지만, 정작 호수를 끼고 살아가는 미국 주민들 사이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적지 않다.

 

더 큰 걱정은 호수의 이름이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경을 넘어 쇼핑하고 여행하고 식사하던 캐나다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관광객에게 크게 의존해온 뉴욕주 북부 국경지역에서는 양국 관계의 균열이 지역경제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C 카나다 공영방송은 5일 뉴욕주 북부의 새킷츠하버와 오그덴스버그, 사우전드아일랜즈 일대를 찾아 현지 주민과 상인,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새킷츠하버는 캐나다 국경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1812년 미·영 전쟁 당시 두 차례 큰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주민들이 마당에서 당시의 포탄을 발견할 정도로 미국과 캐나다의 역사가 깊게 얽혀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새킷츠하버를 직접 언급했다. 온타리오호가 미국의 탐험과 정착, 무역과 군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호수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Lake America’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행정명령은 미 내무장관에게 30일 이내에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미국 지명정보시스템(GNIS)을 변경하도록 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도와 문서, 각종 행정자료에서도 새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캐나다가 사용하는 명칭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계속 ‘Lake Ontari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모르지아 시장 역시 호수 개명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지지가 크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다른 문제로 옮겨가면서 미국과 캐나다가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 그런 기대가 무너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역 관광업계의 고민은 더욱 현실적이다. 새킷츠하버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사우전드아일랜즈 지역은 세인트로렌스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캐나다가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오랫동안 캐나다 관광객이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와 숙박하고 쇼핑하고 식사하면서 지역경제를 떠받쳐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고 미·캐나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사우전드아일랜즈 지역 관광개발공사의 코리 프램은 캐나다인들의 국경 통과와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CBC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캐나다인 소비는 57%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환율이나 경기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캐나다인들의 정서적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고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 역시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양국 갈등은 무역 문제를 넘어 일상생활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 대신 자국 제품을 구입하자는 ‘Buy Canadian’ 움직임이 이어지고 미국 여행을 피하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20%에 불과했으며, 온타리오호 명칭 변경에 동의하는 비율은 이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는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다. 미국 여행과 제품 구매를 줄이는 것을 넘어 오타와에서는 ‘Trump Avenue’라는 도로 이름을 바꾸려는 절차까지 추진되고 있다.

 

양국의 정치적 충돌이 생활 속 관계까지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경지역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육상 국경을 공유한다. 뉴욕주 북부 주민들에게 캐나다인은 단순한 외국 관광객이 아니라 주말마다 국경을 넘어 쇼핑하고 식사하고 스포츠를 즐기던 ‘이웃’에 가까웠다.

 

그 관계가 정치 문제 때문에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CBC가 만난 오그덴스버그 주민 캐럴 데이비스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현재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다른 선택지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자신의 선택에 어느 정도 후회가 있다고 밝혔다.

 

그와 남편 게리 데이비스는 트럼프가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신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지역 정치인도 양국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새킷츠하버와 오그덴스버그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공화당 하원의원 스콧 그레이는 관세라는 정책수단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 주민과 캐나다인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가 오랫동안 경제와 무역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왔다며 이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타리오호 개명의 이유로 미국의 역사적·경제적 기여를 강조했다. 백악관 행정명령에는 미국이 오대호 생태계 보호에 지난 10년 동안 약 4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오대호에서 운항하는 쇄빙선 11척 가운데 9척을 미국 해안경비대가 운영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타리오호가 미국의 무역과 군사, 에너지, 제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Lake America’라는 이름이 미국의 역사와 기여를 더 적절하게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수 주변의 일부 미국인들에게 지금 중요한 문제는 이름이 아니라 캐나다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인가다. 캐나다인이 국경을 넘지 않으면 호텔 객실이 비고 식당 손님이 줄어든다. 마리나와 관광업체, 상점과 주유소의 매출도 함께 떨어진다.

 

더욱이 관광객은 정치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루아침에 돌아오는 존재가 아니다. 한번 미국 대신 캐나다 국내 여행을 선택하고,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습관이 자리 잡으면 관세전쟁이 끝난 뒤에도 과거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은 관세를 넘어 국가 정체성과 감정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호를 ‘Lake America’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러한 갈등을 더욱 자극했다. 미국 정부기관에서는 새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하겠지만 캐나다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욕주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온타리오호와 접한 지역의 일부 주민과 사업자들은 앞으로도 ‘Lake Ontario’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뉴욕주 북부 국경도시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관세 몇 %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미국과 캐나다의 일상적인 왕래와 신뢰가 무너지고, 그것이 새로운 ‘정상’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호수의 이름은 행정명령 한 장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이웃의 마음까지 행정명령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Lake America’를 둘러싼 논쟁 뒤에서 미국의 국경도시들이 캐나다인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걱정하는 진짜 이유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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